한강은 매력적이지만, 접근하기 쉬운 강은 아 니다. 왜 그토록 접근하기 어려운 것일까? 세계의 많은 도시는 하천이나 바다를 접하면서 발달한 경우 가 많다. 런던에는 템스 강, 파리에는 센 강, 로마에 는 테베레 강, 베를린에는 슈프레 강 그리고 서울에 는 한강이 흐른다.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서울 에 와서 한강을 볼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한강 주변에는 공적(public) 건물보다는 유난히 아파트 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 도시의 경우, 가로지르는 강 주변에는 미 술관, 극장, 콘서트홀, 궁전, 대성당, 관공서, 학사원 (academy) 등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적 건물이 많다. 이런 건물들은 아파트 같은 사적(private) 건 물과는 반대로 시민의 접근이 용이하고 들어가서 사 용할 수 있다. 미술관, 극장 같은 시설을 이용하면서 강의 경치를 보고, 강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것이 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립박물관, 세종문화회관, 예 술의전당 등이 강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는 대조 적이다. 특히 사적 영역인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의 한강은 아파트 단지를 뚫고 걸어가기 에 심리적 부담이 느껴진다. 물론 유럽의 강 주변에 도 많은 집합 주거가 있다. 센 강 주변의 많은 건물 도 7~8층 정도 되는 집합 주거다. 하지만 그런 집합 주거들이 한강 주변의 아파트와 다른 점은 집합 주 거의 지상층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점, 카페, 레스토랑, 상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강을 둘러싼 아파트 단지 지상층에 카페와 상점이 있다 고 상상해보라. 아파트 주민들이 약간의 소음을 감 수해준다면, 대다수 시민은 카페와 상점이 있는 거 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한강까지 걸어서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한강 접근을 가로막는 큰 요소는 강변도 로다. 한강 남쪽과 북쪽을 따라 난 강변도로는 한강 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장벽이다. 도시에서 한강 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토끼굴’이라고 불리는 구 멍을 통해야 한다. 유럽 여러 도시에도 강변에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횡단보도가 있어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쉽게 길을 건너 강가로 갈 수 있다. 자동차 속도는 낮아지지만 시민들의 접근성은 높아진다. 횡단보도를 내기 어려운 경우에는 도로를 지하화하거나, 넓은 인공 대지로 도로를 덮어 자연스럽게 지상으로 걸어서 강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이런 방법을 한강에 적용한다면 한강은 보다 접근하기 편리한 시민들의 공간이 될 것이다. 여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한강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점점 많은 버스 노선이 한강 주변에 정류장을 만들어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통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한강의 강폭은 다른 유럽의 강에 비해 넓은 편이다. 유럽의 다리나 보행자 다리가 마치 광장처럼 공적 공간으로 사용되는 데 비해 한강 다리들은 걷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머무는 장소라기보다는 지나쳐 가는 통과 경로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한강의 다리들이 근사한 광장처럼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많은 사람이 강북과 강남을 도보로 건너면서 강 중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한강과 서울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강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에도 한강 둔치는 시민의 거실이자 광장으로, 체육 공간으로, 휴식 공간으로, 축제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처럼 넓은 공원 시설이 강 주변에 있는 대도시는 드물고, 주변에 펼쳐진 한강의 경치와 멀리 보이는 여러 산의 풍광은 세계의 다른 대도시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이런 한강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많은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한강의 잠재력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about 장용순은 건축가이자 건축 이론가다. 현재 홍익대학교에 재직 중이며, 저서로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이 있다. 주요 작품으로 세운상가 공공 공간 활성화 프로젝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