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버 재킷은 Kwak Hyun Joo Collection, 네크리스는 The Gobo 제품

실버 재킷은 Kwak Hyun Joo Collection, 네크리스는 The Gobo, 팬츠는 COS 제품

브이넥 니트 톱은 COS, 팬츠는 Missoni 제품
여진구는 또래 중에서 대체 불가한 배우였다. 소년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지나치게 어른스러웠고, 그렇다고 청년이라 하기에는 한없이 천진하고 명랑했다. 그 덕분에 소년과 어른 그 모호한 경계 어딘가에 놓인 캐릭터에 여진구를 대체할 만한 인물은 없었다. 그 때문일까? 배우에게 나이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닌데도 유독 여진구에게는 늘 자신의 나이가 수식어로 따라다녔다(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여진구 나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따라올 정도다). 나이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여진구의 오묘한 오라와 깊이가 역설적으로 그가 살아온 햇수에 집착하게 만들었나 보다.
여진구가 올해로 스무 살을 맞았다. 영화 <새드 무비>에서 여덟 살 꼬마 역으로 데뷔한 지 11년 만이다. 최근작 <서부전선>에서 차진 이북 사투리를 척척 내뱉는 북한군을 연기하기까지 총 33가지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빼곡한 필모그래피만큼 관객들은 여진구의 성장 과정을 촘촘히 지켜봤다. 스크린 속 여진구는 늘 색달랐고, 스크린 밖 여진구는 늘 한결같았다. 착하고 바른 소년, 그리고 청년. 미성년이라는 족쇄를 풀고 날개를 활짝 펴고자 잠시 움츠린, 갓 스무 살 된 여진구를 만났다. 상처도, 사랑도 잘 모른다는 그가 어떻게 또래에 비해 무서운 연기력을 지니게 됐는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영락없이 수줍은 청년의 모습으로 등장해 카메라 앞에 선 순간 그의 눈에는 번쩍 타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마도 스무 살만이 가질 수 있는 청춘의 섬광이었을 것이다.
Q 축하해요, 스무 살 된 거. 1월 1일에 뭐 했어요?
A 연말에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했거든요. 영광스럽게 상도 받았고요. 그래서 1월 1일엔 함께했던 스태프와 모여 식사했어요.
Q 제가 스무 살이 됐을 때를 돌이켜봤는데, 그게 뭐라고 엄청 야단법석을 떨었던 것 같아요.
A 저도 일주일 동안은 붕붕 떠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좀 지나니까 시들해지더라고요. 아직 대학 들어가기 전이라 잘 실감이 안 나요.
Q 그동안 “미성년자라서…”라는 말을 자주 했더라고요. 진구 씨에게 ‘성인’이란 어떤 의미예요?
A 작년 초만 해도 성인이 된다는 사실이 굉장히 설레었거든요. 엄청난 일들이 펼쳐질 것 같고. 그런데 막상 다가오니까 조금 두려워졌어요. 막연함, 긴장감, 책임감…. 자유를 얻는 동시에 본인이 책임을 지는 거잖아요. 성인이라고 해서 마냥 마음 편하게 지낼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
Q 그동안 했던 인터뷰를 지독하게 팠어요.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더라고요. ‘착하고 바른 여진구.’ 진짜 여진구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A 인터뷰할 때는 연기나 미래, 가치관에 대해 자주 얘기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바른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실 평소엔 쾌활하고 장난도 잘 치는 성격이에요. 분위기가 썰렁하면 농담도 먼저 건네는 편이고요.
Q 욕 한 번 제대로 안 해본 이미지인데, <서부전선> 보니까 욕이 입에 착착 붙던데요?
A 쌓인 걸 작품을 통해 풀어야죠.(웃음) 실제로 평소에 욕을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욕하고 싶다고 벼른 건 아닌데, 이왕 연기할 거면 더 잘해내고 싶었어요.
Q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해요?
A 글쎄요. 작품 전체가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어요. 세세하게 쪼개어 볼 때 1초도 만족한 순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모니터링할 때마다 만족감과 아쉬움이 수도 없이 교차해요. 아직까지는 아쉬움이 더 크고요. 앞으로 열심히 채워나가야죠.
Q 시나리오를 보면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는 영감이 막 떠올라요?
A 시나리오를 읽을 때마다 감상이 달라서 자주 읽는 편이에요. 한 번 읽었을 때와 두 번 읽었을 때가 확연히 달라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파고들죠. 단순하지 않은 감정선을 지닌 캐릭터를 좋아해요.
Q 감정선이 복잡한 만큼 연기하기도 어려울 텐데.
A 어려운 캐릭터를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치며 연기할 때마다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위로를 받아요. 어려울수록 재미있기도 하고요. 연기가 잘 안 풀려서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게임도 난도가 높아질수록 성취감이 크잖아요. 한 단계 한 단계 해낼 때마다 능력치가 올라가는 느낌이에요.
Q 연기로 인정받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해요?
A 제가 ‘연기 잘한다!’라고 느끼는 선배들을 보면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저도 그만큼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요. 연기를 할 때만큼은 제가 캐릭터 그 자체였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에서 노력을 많이 해요. 다행히 그 점을 인정해주시는 것 같고요.
Q 아역 배우치고 다양한 캐릭터로 분했잖아요. 역할마다 몰입도가 대단해요.
A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먼저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감정 표현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랑 비슷한 캐릭터일 땐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고 생각하고, 나와는 너무 다른 친구라면 ‘이런 감정도 느낄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해보는 거죠. 공감 능력은 물론이고 은근히 상상력도 필요로 하는 일이에요.
Q 스스로에 대해서는 얼마나 안다고 생각해요?
A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존재이자 몰라도 되는 존재 같아요.(웃음) 제 자신을 너무 잘 알면 지나치게 저를 재어보고 제 안에만 갇힐 것 같아서요.
Q 혼자 있을 땐 주로 뭐 해요?
A 괜히 센티해져서 음악을 자주 들어요. 처음에는 멜로디에 끌려 듣다가 어느 순간 가사에 흥미가 생겼어요. 가사에도, 멜로디에도 감정이란 게 실려 있더라고요.
Q 목소리가 좋으니까 노래도 꽤 잘할 것 같은데요.
A 듣는 걸 좋아해요. 제가 부르는 순간 노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웃음) 김동률이나 이문세, 변진섭 등 옛날 노래를 자주 들어요. 발라드 노래를 들으면서 사랑이나 상처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조금 길러졌어요. 영화나 드라마보다 음악으로 느끼는 감정이 가장 빠르더라고요.
Q 살면서 상실감을 느껴본 적은요?
A 사랑을 해본 적도 없고, 누군가를 상실한 일도 아직 없어서….
Q 막연한 감정이겠네요.
A 아직 가슴 아파 울어본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상처를 받는다면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그 쉽지 않은 감정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Q 질투 나는 배우가 있나요?
A 선배들에게 질투를 많이 느껴요.
Q 선배들에게 ‘질투’를 느낀다고요?
A 제 연기의 단점을 그분들은 아무렇지 않게 극복해내실 것 같거든요. 감히 넘볼 수도 없으니 질투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기도 해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고, 그들의 능력을 뺏어오고 싶기도 하고. 저, 욕심 좀 있는 것같아요.(웃음)
Q 어떤 선배의 어떤 능력을 뺏어오고 싶은데요?
A 아, 너무 많아서 꼽기 어려운데…. 우선 황정민 선배님의 모든 역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능력, 최민식 선배님의 배역에 파고드는 모습, 송강호 선배님의 연기에 대한 열정요. 죄송하지만 설경구 선배님과 김윤석 선배님은 작품을 함께 해봤으니 생략할게요. 뺏어오고 싶은 게 없다는 건 결코 아니고요.(웃음)
Q 어떤 배우, 그리고 어떤 남자가 되고 싶어요?
A 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도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해요. 연기든 일상생활이든 끊임없이 뭔가를 추구하고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배워나가고 싶어요. 운전, 외국어, 악기, 요리, 가구 제작 등등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Q 성인이 됐으니까 일탈도 좀 해봐야죠?
A 친구들이랑 2박 3일 일정으로 놀러 가서 숙소에 처박혀 있고 싶어요. 좀 취하기도 하고.(웃음) 일탈이라기보다는 약간의 환상이네요. 성인이 된 제 모습요.
Q ‘스무 살’ 여진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A 현재를 즐기려고 하는 하나의 청춘. 청춘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거든요. “내가 신이라면 청춘을 인생의 마지막에 배치했을 것이다”라는 명언이 있잖아요. 가장 무모하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패기 넘치는 시기니까. 이때가 아니면 언제 즐길 수 있겠어요. 그래서 즐기려고요. 힘들고 지쳐도 스무 살이고 아직 젊으니까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훌훌 털고 일어나고요.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으니 무게감을 잃지 않고 중심을 유지하면서, 조금은 방관하는 자세로!
Q 이미 진구 씨 눈빛에서는 너무 멋진 청춘이 보여요.
A 아이고, 감사합니다!

코트는 COS, 팬츠는 Jaybaek Couture 제품

블랙 터틀넥 톱과 레이스 라펠 재킷은 Jaybaek Couture, 화이트 셔츠는 Moderaion Jeheesheen, 블랙 재킷은 Theory, 팬츠는 Cy Choi, 슈즈는 Adidas Originals, 링은 2Dello 제품

셔츠는 Calvin Klein, 팬츠는 COS 제품

스트라이프 패턴 재킷과 스카프는 Bottega Veneta, 팬츠는 Nudie Jeans, 슈즈는 Converse 제품

네이비 톱은 Neil Barrett, 와이드 팬츠는 Jaybaek Couture 제품

네이비 톱은 Neil Barrett, 와이드 팬츠는 Jaybaek Couture 제품
Styling by Jung Hyejin, Jeon Minjeong, Hong Yuju(Euphoria Seoul)
Hair by Jang Haein Makeup by Hong Hyunjung
Assistant Kim Sumin